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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자이언츠팬으로써의 이대호 은퇴에 대한 감상.

꽁종대 2022. 10. 9. 21:38

하루 지난 포스팅이지만, 이 감상은 도저히 안적으면 안될거 같아 이렇게 하루 지난 날에 적어본다.

 

이대호가 어제자로 은퇴했다. 은퇴식을 기다렸지만 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어제 훌쩍 떠난 여행 탓에 잠시 잊고있었다.

 

하지만 오늘 인터넷을 뒤적이던 도중 문득 생각난 이대호의 은퇴.

이대호라는 선수가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것은 개인적인 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어린시절 이대호의 야구를 보면서 야구를 즐겨 왔던 수 많은 부산 시민중의 하나로 커갔기 때문이다.

잠시였지만 초등학교 야구단을 만들어서 제대로 야구를 배워 볼 생각도 했고, 진짜로 커서 야구선수가 된다면 어떤 느낌으로 사는걸까. 프로의 세계에서 저렇게 멋지게 성과를 만들어낸다는 건 어떤 느낌인지 두근두근 하기도 했다.

 

한창 이대호가 9경기 연속 홈런을 치던 시절, 학창시절 어린 나의 주변에서 매일매일의 화두는 이대호가 오늘은 홈런을 쳤는지 아닌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베이징 올림픽과 자이언츠의 상승세가 내 학창시절 즐거웠던 시절중 하나다.

당시에는 사직구장을 가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국내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사직구장에서 야구응원과 함께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노라면 잠시동안 묵혔던 스트레스는 싹 사라지고 남는 것은 승리의 쾌감과 야구에서 오는 짜릿한 손맛이 나의 어린 시절을 장식했었다. 

 

영화 해운대에 출연해서 성질 고약한 야구선수로 비춰졌지만, 알고 보면 덩치만큼 온순한 곰 처럼 정말 좋은 인품을 가진 이대호 선수. 아빠에게 전해듣는 이대호 선수 후일담은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진짜 그때는 야구 이야기로 하루를 살고 야구가 빠지면 섭할 정도로 야구에 미쳐있던 그런 시기였다. 주변에서 전부 야구를 하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다른 학교와 야구를 하겠다고 초등학교 친구들 모아서 원정 야구를 가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오가는게 힘이 들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대단하기도 하다.

 

그런 야구의 붐이 크게 작용한 중심에는 이대호가 빠질 수 없었다.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조선의 4번타자. 

 

웅장한 덩치와 함께 뿜어져나오는 스윙이 홈런을 만들어내는 날이면, 그날의 힘들었던 일은 다 잊고 오로지 그 홈런에서 만들어내는 기쁨이 한창 나의 흥을 돋굴 수 있었던 그런 선수.

홈런을 치지 못하더라도 어디서든 득점을 할 수 있다는 기대와 자신의 역할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로 대---호 라는 그 응원가 하나면 상대편이 위압감에 떨어서 지고 있던 경기도 역전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던 그런 선수.

국가대표로써의 모습도 압도적이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를 넘어 어디서든 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거라 기대하고 언제나 성공하길 바라던 선수.

다른 이들은 선수뽕에 맞아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할때, 냉소하면서도 따스한 그의 팬서비스를 통해서 야구의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주도록 만들어주던 그런 선수.

 

한달 전즈음인가 대구구장 마지막 은퇴 경기를 보면서 뭔가 시원섭섭했었는데, 뒤늦게 은퇴식 영상을 보는데 눈물이 났다. 이대호의 가족도 아니고 그저 한명의 야구팬인데 말이다.

 

그만큼 이대호의 삶은 나의 야구 라이프를 관통하는 묵직한 선수였던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본리그, 미국리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야구를 하면서도 결국에는 롯데자이언츠 원클럽 맨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근래에 보기 힘든 롯데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낭만은 살아있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선수.

 

자본에 움직이고 자본이 선수의 최고 가치라 여겨지는 요즘 사회에서도, 롯데를 향한 사랑과 그리고 팬들을 향한 열정만큼은 꾸준히 오래도록 낭만을 유지하고 선수생활을 해준 최고의 선수.

 

뒷탈 없이 꾸준한 페이스로 은퇴시즌에도 좋은 성적으로 팀의 리더로써 정말 멋있는 성과와 마지막 만루홈런이라는 잊지 못할 선물을 남겨준 그런 선수.

 

차마 은퇴식 영상을 정주행 할수가 없을 것 같다. 드문드문 보는데도 눈물이 난다.

제 삶에 있어서도 이대호 선수의 비중은 전혀 적지 않아서 그런거 같다. 이대호라는 선수와 함께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와 한몸이 되었던 시절이 몸 깊숙히 남아있어서 그런거 같다.

 

뒤늦은 자이언츠 팬이지만, 그래도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내 기억속 영원한 조선의 4번타자로 자리잡았던 이대호 선수.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지만 언젠가 사직구장 홈 경기를 가게 된다면 맥주 한번 대접해드리고 싶은 그런선수.

 

그동안 정말 많은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저에게 큰 기쁨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하시는 모든 일에 큰 기쁨이 있기를 인터넷 어딘가에서 조용히 바라고 있겠습니다.

이대호 선수, 감사합니다.

은퇴, 제2의 인생 축하드립니다.

 

지나가던 어린시절부터 함께 봐왔던 자이언츠 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