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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감상

0929, 각자도생에 대한 감상

꽁종대 2022. 9. 29. 21:04

최근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이전보다 자주 올리게 된 듯 하다.

각자가 서로 알아서 살아가야지 라는 말. 

 

어찌보면 당연히 맞는 말이지만,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각자만 살아가는데 집중한다는 사실은 어찌보면, 사회를 구성하는 과정에 있어서 무척이나 서늘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이 말을 들으면서 서운했던적이 있다.

 

몇년 전 친구라고 생각했던 놈하고 연락을 잘 하지 않았던 적이 있는데, 오랫만에 연이 닿아 다시금 연락하게 되었다. 

그래도 나름 친구라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다시 관계를 회복시킬 요량으로 옛 이야기도 하고 이제 다시 잘 지내봐야겠다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려 했는데, 이녀석이 내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고 뭔가 냉소적으로 지금의 이야기를 읊으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현재도 중요하긴 하지만, 관계의 회복을 바라고 이 친구와는 그래도 연이 있구나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했으나, 대화를 하면 할수록 옛날에는 관심이 없고 지금 당장 살아나가기에만 급급해보이는 그런 구석이 있어보였다.

 

그래서 뭔 이야기를 하다가 그렇게 사는거만 보고 있느냐, 그래도 살아가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으면서 잘 살아지지 않겠냐 하면서 무마하려고 하다가 문득 그친구가 한마디를 내뱉었는데

 

"그냥 각자 서로 살아가는거지"

라고 이야기 하면서 다음 대화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참 서운하면서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전에 있었던 좋은 관계는 다 사라지고 자신의 일만 챙기기에 급급한 그런 상황으로 만들어버렸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냥 더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녀석의 삶에는 이미 내가 없고, 그렇게 살아가는 녀석을 친구라고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겠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 각자도생이라는 말은 참으로 냉혹한 말로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가, 최근 들어서 각자가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나 자신도 스스로의 안위를 챙기면서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전부인 인생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던 몇일 전 각자도생을 넘어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스스로의 안위만을 챙기는 그런 사건이 하나 생겼는데, 이것 또한 개인적으로 서늘함을 더해준 사건이었다.

 

경비 아저씨가 돌아가셨다. 아파트에서 일을 하시면서 나는 멀리 있어 마주치지 못했지만, 가족이 있는 아파트에서 경비를 서시던 분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당혹감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많이 마주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경비아저씨에게 품는 우호적인 감정은 오랜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기에 이런 경비아저씨의 공백은 참으로 마음 아팠다.

갑작스런 죽음에 모든 사람이 정신이 없는 와중, 입주민 한분이 이분에게 맺힌 빚이 있었나보다.

 

차를 경비아저씨께서 긁고 돌아가셨으니 이러한 보상을 청구해달라는 이야기 였는데, 그런 말을 할수는 있다고 백번 양보해도 그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있고, 아닌 상황이 있는데 발인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에 유가족에게 뒤늦게서야 보상을 달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물론 누군가에게는 큰 돈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돈에 대해서 악착같이 달라 붙어도 지금 사람이 죽어서 마음이 공허한 사람에게 다짜고짜 보상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조금 아닌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어도 되지 않나 하면서 괜히 씁쓸했다.

 

그 사고를 돌아가시기 전날 혹은 얼마 안된 상황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면 시기상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그런 상황도 아니고 발인을 하고 얼마 되지도 않은 가족에게 그런 이야기를 면전에서 내놓을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에 각자의 돈이 우선시된거 같아 괜시리 마음이 씁쓸했다. 

 

사고가 나면 그 돈이 얼마나 아쉬운 돈이기야만은 하겠지만서도, 그렇게 까지 청구를 하면서 닦달하는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각자가 알아서 잘 살아나가야지. 

 

어찌 보면 맞는 말이지만, 서늘하게 맞는 말이라서 괜시리 이걸 내뱉으면서 살기에는 다소 냉혹한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함께 살면서 훈훈하게 살아갈 수는 없는걸까.

 

날이 추워지는 요즈음, 이런 추위에 함께 얼싸안고 추위를 이겨내면서 봄날을 기다리는 모습을 바라는 것이 점점 허황된 희망이되어가는거 같아서 다소 마음이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