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매실 일상소화 블로그

일상/감상

0929, 내일보자

꽁종대 2022. 9. 29. 21:56

퇴근길이 시간이 갈수록 싸늘해져가는 요즘, 센치해져가는 가을 감성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점심시간에 맞추어서 복장을 덥게 입고 나가서 인지 너무나 서늘한 퇴근시간이 반갑던 오늘.

 

퇴근 하고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주한 한마디가 왜인지 귓가를 맴돌아서 이렇게 글을 몇자 적으려 한다.

 

아주머님 두분의 대화였다. 그저 평범한 일상을 이야기 하고 이런저런 모임을 하셨는지 간단히 다른 사람의 이름이 나오고 뭔가 이야기를 마무리 하던 시점 그분들 뒤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 아파트를 마주하고 한분이 다른 분과 방향이 다르신지 이제 서로 집으로 돌아가시는 걸음을 하시던 상황.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이고 급하게 하던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마지막으로 하시던 그 한마디가 왜인지 머릿속에 아직까지 남아있다.

 

내일보자.

 

그렇다. 그 두분은 저녁에 그렇게 만나시고 또 다시 내일 만날 수 있는 모임을 가지고 계셨던 거다.

 

그런데 왜이렇게 내일 보자라는 이야기가 뭔가 새롭게 다가온 것일까.

 

직장동료도 내일보자라는 인사를 할 수 있고, 약속을 잡고 내일 보자를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음에도 왠지 그 두분의 내일보자라는 이야기는 내가 한동안 겪지 못했던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일상의 내일 보자 라는 말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생각해보면 인사로 내일보자라는 이야기를 안한지가 제법 오래되었다.

 

내일 보자라는 건, 내일이라는 일상에도 당신이 내 시간에 포함이 되있는 것이 당연하다는것.

그렇게 당연히 내일 보니까 내일 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

 

오늘 하루 헤어짐에도 내일 새로운 만남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당연한 것.

 

그런 당연한 만남을 행하지 못한 것이 어느덧 몇년이 지났나 곱씹어본다.

 

기숙사 학교 생활을 하면서 자기전에 친구들이랑 한게 마지막이던가, 아니 그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과거 인듯 한데.

 

대학교 시절 매일 있는 강의를 마주치면서 그렇게 했던 것이었던가, 아니 그렇게 매일 보는 친구는 딱히 없었던 거 같기도.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내일 보자고 이야기를 했던건 어언 4년전의 군대가 마지막 기억이었구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막 애잔함을 불러 일으키는 과거는 아닌데, 이런 당연한 말을 한동안 하지 않아서 인가 더욱 오래전 일로 느껴지기도 한다. 

 

코로나를 겪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내일 보자라는 말을 편안하게 건넬 수 있는 이가 줄어들었다는 것에 다소 섭섭해졌다.

 

직장인들의 내일보자와는 다른. 내 일상에 포함되어 있는 당신을 내일 당연히 만나기에 건네는 그 인사를 다시금 건네는게 언제 쯤일까.

 

나도 그 분들처럼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나만의 일상으로 내일 볼 사람을 도모할 수 있는 시절이 오긴 올까.

 

여러모로 착잡해지면서 지금 일상에서 내일 보는 사람이 없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으니 조금은 서러워졌다.

서울에서 혼자 살아서 더욱 적적해진건가 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