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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감상

영화 자산어보를 보고

꽁종대 2022. 5. 30. 23:13

벗을 깊이 알면 내가 더 깊어진다. 영화를 관통한 한마디

자산어보를 봤다.

 

작년초 였던가,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흑백영화라는 타이틀을 보고 흥미를 가졌지만, 당시 영화관을 가서 무엇을 본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서 나중에 언젠간 봐야지 하고 마음속에만 품었었던 영화 중 하나.

 

그렇게 머릿속에서 흑백 영화라는 이미지만 가득했던 영화 하나가 어느 날 넷플릭스에서 개봉을 했다.

 

이때다 싶어서 영화를 봤다.

 

설경구와 변요한, 설경구의 경우는 그저 믿고 보는 충실한 그런 배우였고 변요한을 인상깊게 보고 있던 계기는 아마 작년 초에 보았던 미스터션샤인이 뇌리에 깊게 박혔던 터다.

미생에서도 아주 인상깊은 캐릭터로 남아있었고 그의 연기를 보면 천연덕스러우면서도 흐뭇하게 보게되는 마력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웃음기가 다소 줄어있었다. 진중하면서도 늘그막한 흑산도 청년을 연기한 그의 모습은 새로웠다.

 

예고편을 제외하고서는 어떤 이야기 인지 아무것도 알지 않은 채로 영화를 쭉 봤다.

 

정약용의 형님 정약전의 이야기.

아 그의 인품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을 만들어 냈을 것인가. 하는 생각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약전의 대사 한마디에 와르르 무너진다.

상놈의 자식. 이라고 하는 대사를 내뱉는 모습을 보면서 그의 이상속에서도 내재된 유교적 신분사회의 가치는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흑산도 청년과 학자의 가슴벅찬 해양도감 제작기를 생각했으나,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배움이란 무엇인가. 

 

그 배움을 활용하는 것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앎을 행하는 것은 무엇인가.

안다는 것이 많으면 그것으로 족한가.

 

라는 여러 생각을 품게 되면서 내가 그동안 행해왔던 알고있다 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흑백영화로 전개되는 영화는 깊은 감상을 지어내게 했다.

 

묘하게 보면서도 감질맛나게 보게되는 영상들이었다.

 

배경이 섬이다 보니 물고기로 요리를 몇가지 내어주는데 전혀 활기를 띄는 컬러감 없이 먹고싶은 해산물을 만들어 내는걸 보면서 영상이 참 기가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개되는 배우들의 모습에 진중하고, 또 새롭고, 묘하게 빠져드는 재미가 있었다.

 

옛 화질이 떨어지는 흑백영화를 보는 것과는 다른 묘미가 있었다.

 

창대가 알고 있는 배움.

정약전이 새겨왔던 배움.

그리고 그 배움을 실제로 알아간다는 깨달음을 보여주는 과정.

이상으로 품었던 배움이 현실을 마주한 순간, 그의 앎은 앎으로 그칠 것인가 행동으로 변화하며 실천하는 지식이 되는 것인가.

 

정약전이 품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

창대가 품었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

 

괴리에 당해 돌아온 자라는 공통점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으면서 끝나는 결말에 참 많은 생각을 품게되었다.

한번쯤 배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런 영화.

 

그리고 조선이라는 나라가 가지고 있던 성리학적 기반이 어떤 것이었나를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마음이 진중해지는 영화였다.

 

4.5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