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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코로나 양성이었다. -2-

꽁종대 2022. 7. 25. 17:47

격리를 확정받고 이후 코로나가 진행되는 경과를 남긴 기록.

첫날 격리는 얼떨떨했다. 양성 확진 여부를 기다리는 주소 하나만 적어두고 언제 오나 싶으면서 몸을 가누고 있었는데, 사실 그렇게 아프지는 않았다. 물론 감기 기운에서 조금 센 정도로 아팠긴 했지만, 여느 때 와 다름없는 냉방병 증상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지나갈 거라는 기대를 많이 했었기에 이번도 그 정도겠지 하는 생각으로 약을 먹으니 그냥 멍했다.

판콜도 곁들여 먹으니 역시 현대의학의 약술은 대단함을 느끼며 보통의 감기처럼 지나가겠지 라는 기대를 품을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이 만들어졌다.

한번 걸려본 친구에게 양성이라고 이야기하니 기침이 많이 나올 거라고 한다. 그래서 약을 미리 사두라길래 돌아오는 길에 아직 격리조치를 시행하진 않았으니 약을 쟁여두는 게 낫다고 해서 사둔 약을 한번 들이켰다. 역시 판콜의 힘은 대단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고 집에서 격리를 시작했다.

 

그렇게 아프지 않았다. 코로나 후기들 보면 정말 많이 아프고 다양하게 고통이 온 다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많다는 것을 보았지만 역시 나는 그런 거는 피해 가는 케이스구나 안도하며 그냥 격리 때 뭐하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집에 와서 할 것을 잡으려고 하니 회사에서 들고 온 키보드와 집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전자기기들 뿐이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싶다가 이 참에 하고 싶었던 스위치나 임대해서 해봐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몸이긴 했지만 역시 노는 게 좋은 천성은 가질 못했는지 이렇게 놀 생각만 주야장천 하고 있었다.

한 30분을 찾아보다가 퀵으로 스위치를 보내준다는 곳이 있길래 받아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퀵으로 받았어도 되는데 굳이 이걸 퀵으로 비싼 돈 들였나 싶었지만, 그래도 그날 조금 했던 스위치의 쾌락은 정말 스위치를 쟁여둘까 하는 생각으로 발전시켜졌을 만큼 재밌는 경험이었다. 물론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지는 못했다. 하지만 하고 싶었던 게임을 아무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날은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니 미뤘던 게임을 실컷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 두어 시간 게임을 하고 나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둘째 날이 되고, 잠을 잔 건지 내가 그냥 스킵한 건지 모를 정도로 잠을 선잠을 잤다. 아니 깊게 잔 거 같은데 눈을 뜨면 오줌 마려워서 한 시간 뒤였고, 다시 눈을 감고 다시 떠보면 두 시간 지나있고 이렇게 한 세네 번 뒤척이면서 잠을 잤던 거 같다. 제대로 잠을 잤다기보다는 불안해서 깨고, 화장실 가고 싶어서 깨고 이러면서 그냥 잠을 보충한 거 같았다. 도저히 개운하지는 않은데 그냥 살아갈 만큼의 수면을 취하면서 잠을 자고 있었던 거 같은 느낌. 도무지 몸이 개운해지지가 않았다.

그냥 어제 아팠던 그대로 그냥 꾸준히 이어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 불편해지지는 않아서 지금 이상태가 나의 최적의 컨디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의 건강이 나아지지가 않았다. 목이 많이 아픈 것이 코로나라고 하던데 그렇게 목이 괴로울 정도는 아니었다. 이물감은 있었지만 와닿을 정도로 목이 아프지는 않았기에 아 이것도 그냥 감기처럼 약 꾸준히 먹으면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약은 좀 챙겨 먹었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라서 평상시 먹지도 않던 아침을 챙겨 먹고 식후 30분 정도가 지나면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었다. 정말 제대로 약을 먹으려고 노력했다. 약을 먹는 것 만이 살아갈 방법이라고 믿고 약을 챙겨 먹었는데도 그렇게 극적인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시간이 길게 흘러갔던 거 같다. 잠도 제대로 안 오지, 할 것도 없지 아무에게도 연락은 없지. 그냥 정신 차리면 내 방이고 다시 눈 감았다 떠도 내 방이고 그냥 나갈 수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하고 할 거라고는 그냥 게임이나 폰 하다가 다시 시간을 감지하는 그 정도가 전부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제대로 시간을 확인하지도 않고 폰 > 컴 > 스위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2일 차의 전부였다. 중간에 배가 고프지는 않은데 한 5시간 지나서 식사시간이 되면 꼭 배달을 시켜먹고 약을 먹었다. 그러면 몸이 좀 어질어질했다. 뭔가 띵-하다고 해야 하나 그런 약기운이 몸에 도지면 다시 아무것도 못하고 스르르 누워있다가 자고를 반복했다. 그렇다고 수면 성분이 내 몸을 제대로 재우지도 못했다. 밤에 자는 것처럼 눈을 감으면 2시간 정도만 지나있고 푹 잔 기분은 전혀 없었다.

 

그렇게 2일차 저녁은 제대로 자야겠다고 다짐하고 마음먹은 그날 밤은 정말 지옥이었다. 눈을 감아도 잠은 제대로 오지 않고 눈을 뜨려고 해도 이상하게 노곤노곤하고 약기운과 정상기운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감이든듯한 그런 상황으로 계속시간이 흘러갔다.

그러고 진짜 2일차 밤도 몇번을 자다 깼는지 모르겠는데, 그렇게 선잠을 또 자고 일어났더니.

 

목이 완전히 나가버렸다.

 

냉방병 증상 +  나간 목으로 있으려니 3일차는 정말 절정의 극단이었다. 약이 없었다면 아마 진짜 괴로워서 이대로 목이 나가는건가 하는 생각과 함께 위장도 뒤집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로 걱정을 했으니 말이다. 실로 많이 아팠던 순간 중에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