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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7월, 코로나 양성이었다. -1-

꽁종대 2022. 7. 23. 21:48

코로나에 걸렸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코로나 양성을 걸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정확하게 어디서 걸렸는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코로나 양성 후기.

글을 적는 시점으로부터 정확히 5일 전, 코로나에 걸렸다.

증상은 어느때와 다름 없는 보통의 냉방병 증상으로 시작되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났는데 목이 너무 아프기 시작했다. 감기에 걸린 것인가 하고 여름 감기인가 하는 긴가민가한 마음만 가득하고, 에어컨을 유달리 세게 틀어서 그런 면역에 취약해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만 가득한 하루였다. 그래서 이 냉방병도 뭐 자고 나면 크게 나아지고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직장을 갔다왔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다른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판콜 만능주의에 찌들어 살고 있어서 이 감기도 그냥 판콜 하루치 먹으면 낫겠지 하는 생각으로 판콜을 통해서 하루를 보내고 나면 다 나아져 있겟지 하는 생각을 가득 품으면서 하루를 보냈다.

 

직장에서 일을 하는건지 내가 그냥 가만히 서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긴가민가한 컨디션으로 하루를 보내고 그 다음날 나아질걸 생각하고 퇴근을 했다.

달랐다. 그날 저녁은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약을 먹고 잤는데도, 나아지기는 커녕 몸이 더 무겁고 목이 정말 이상할정도로 간질간질해서 도무지 일을 할 수가없었다.

다행히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병원을 들리고 오겠다 하고 회사에 조금 늦게 출근을 한것이 전부였다.

회사까지 꾸역꾸역 갔다가 근처 병원을 찾아서 방문하려했는데 이게 웬걸, 찾았던 병원은 일주일동안 여름휴가. 이걸 어떡하지 하는 고민으로 다른 병원을 찾았다. 다행히 맞은편에 있는 병원이 있어서 허겁지겁 병원을 옮겼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날 맞이하는건 수백명의 대기인원, 아니 사실 수십명이었긴 했지만 확실히 시국이 이상하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너무나 많은 대기열에 마냥 기다릴 수는 없어서 회사를 갔다가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예약을 걸어두고 한시간 걸린다는 말에 회사에서 좀 있다가 다시 가면 내 차례가 오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회사에 갔다가 병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다시 나갔는데 아직도 내 차례는 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한 삼십분을 더 기다리고 나서 내 차례가 와서 진료를 받았다. 증상을 이야기 하고 신속항원검사를 해보고 나서 기다린 다음 음성이 뜨면 약 받고 가야지 하는 생각.

콧구멍을 거나하게 오랫만에 쑤시고 나서 다시 대기열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십분이 지나자 나를 불렀다. 음성이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안도한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수납을 하고 나서 약 받으려고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그때 갑자기 불리는 나의 이름. 다시 내이름이 불리는 거였다.

다른 사람이겠지 하는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나를 붙잡고 다시 부르는게 뭔가 쎄했다.

직원이 다시 나를 붙잡고 잠시 병원으로 다시 부르더니 의사선생님 앞에 다시 앉혔다.

양성. 이라고 한다.

양성이어서 나를 대놓고 부르시지는 않았지만 다시 들어와서 의사선생님이 차분하게 다시 이야기 해주셨다.

 

 

우선 3일치의 약을 먹고 다시금 이야기 하자고, 우선 격리를 들어가고 나가기 전에 간단한 주사 한번 맞고 다시 증상을 보자고 하신다.

 

 

어안이 벙벙해서 손에 들린 양성자 가이드를 들고 주사를 맞고 다시 병원을 나왔다.

얼떨떨했다. 양성 확진이 이렇게 들리다니. 수납을 했는데 주사비로 700원을 다시 추가로 수납하고 지하 약국을 찾아갔다.

약의 내용은 바뀐게 없다. 다만 주사 한방 맞고 다시금 경과를 지켜보자는 그런 이야기만 하고 진료실을 나왔을 뿐이다.

대체 이걸로 어떻게 대처가 될까 하는 새하얀 머리와 함께 진단받은 약을 들고 집으로 간 기억이다.

회사를 가면 그건 또 이상할테니까. 양성인 내가 가서 어떤 감염을 일으킬지는 모르는 노릇이니 말이다.

그날부로 갑자기 근무가 전환되었다. 집에서 격리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근래들어 그렇게 많이 나가지는 않았지만 대체 어디서 걸렸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냥 아는 형 만나고, 은행가고, 밥을 먹고 그냥 돌아다닌 것 뿐인데 어디서 걸렸는지 정확히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 그렇다고 내 주변에서 걸려서 내가 옮은 것도 아닌거 같은데 정말 아이러니했다.

집에와서 누웠다. 그리고 찬찬히 다시 경로를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걸리는 경로가 하나도 없었다. 조심할때 약속도 안잡고 그냥 있었을 때도 잘 피했는데, 갑자기 이제와서 이렇게 걸린다는 거 자체가 아이러니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양성이라고 했으니 조심하는게 맞아서 앞으로 잡힌 글쓰기 모임일정을 취소했다. 안그래도 네번중에 한번 빠지는 상황인데 거기서 더 한번을 빠지니 일정이 정말 붕 떠버렸다. 비어있는 일정을 뒤로하고 집보러오겟다는 사람들도 다 돌려보냈다.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집주인 아주머니에게 이야기했더니 부동산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를 해주셔서 나에게 연락이 왔던 부동산 전부에게 연락을 해서 집보러 오는 것은 수요일 이후로 해야할 거 같다고 연락을 돌려놓았다. 이렇게 나에게 올 수 있는 연락은 다 막아두고 격리를 시작했다. 그 뒤로 나를 찾아오는 것은 불면과 기나긴 시간과의 싸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