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생각보다 퇴사선언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행동을 하기 전에는
아, 여기서 날 붙잡으면 어쩌지 하는 망상과
여기서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지금 못나간다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과.
지금 내가 그만둬도 다른 프로젝트들은 어떻게 진행되는 거지 하는 걱정들이 가득했었습니다만.
생각보다 퇴사선언은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되려 더 빨리 나가라고 하는 이야기까지 할 정도로 그냥 퇴사를 간편히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계약서상의 항목을 지키기 위해서 한달이라는 시간을 미리 이야기 해서 퇴사를 고지해드렸건만,
계약서를 넘어선 보스의 선언 한마디에
예상보다 빨리 퇴사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에 비즈니스에서는 인간적인 관계는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간결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해준 선언이었습니다.
12월 31일을 기점으로 회사를 그만둔다는게, 이렇게 쉽고 빠르게 이루어질 줄이야.
앞선 직원분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참 다사다난하게 나가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지만
나란 존재는 회사에서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존재가 아니었고, 회사에서 나를 그리 끔찍히 생각하는 것도 아니었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외활동이라던가, 사람간의 관계에서 그만두기를 주저하다가 주저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관계를 유지하면서 다시금 관계의 회복을 진행하던 그런 상황과는 달리, 비즈니스에서는 선언과 동시에 나는 퇴사예정자가 되었고, 회사에서는 나를 그만 둘사람으로 인식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후련하면서도 내심 서러운 그런 상황이 만들어졌달까요.
나름 여기서 앞으로의 미래를 바치려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무색해질만큼 냉철하게 그냥 그만둔다는 것을 받아들이던 보스의 모습에 다소 충격먹었습니다.
사람 하나하나를 그래도 아끼고 각별히 여기실 줄 알았지만. 그건 온전한 저만의 착각이었던 거지요.
그에게는 그저 말 잘듣고 시키는 일 하면서 묵묵히 일을 해내는 사람이 필요했던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그렇게 온순하게 말을 듣는 타입도 아니고, 남들이 하는 일의 일정량 이상의 일을 따박따박해내는 커리어맨의 타입도 아니었으니까요.
그냥 앞에서는 여러개를 전수해주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감언이설을 이야기해주시던 대표님과는 달리 둘이서 독대하면서 느낀 것은 그저 무심하고 냉담한 상황 그 자체였습니다.
많은 충격을 받은 듯 합니다.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대표님에게도.
생각보다 빨리 정리될 회사생활이 참으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하루입니다.
일을 좀 하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회사의 구성원이라고 생각을 했던 저 자신에게 망상병을 버리라고 조언을 해줄만큼 말이죠.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어쩌면 생각보다 따스한 생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었겠죠. 그만큼 무심하게 진행되는 것을 스스로 혼자 멋대로 생각하면서 따스하게 이뤄졌다 생각했던 걸지도.
여러가지를 하면서 참으로 중요한 사람으로 여겨졌구나 생각햇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같은 말을 계속 적게 만드는 오늘의 퇴사선언.
정말 간결하고 쉽게 끝났지만, 그 여운은 그리 쉽게 사라지지를 않을 듯 합니다.
당신보다 더 성공하고 만다.
라는 마인드를 다시금 가지게 만든 하루.